필자 정광일 제8회 공인노무사 시험 합격(1999) (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 (현) 플러스 티 에이아이 / 프리랜서 백신 대표
“캐디는 근로자가 아니다” — 이 전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가짜 3.3’ 기획감독이 본격화되면서, 의심 사업장 3곳 중 2곳에서 위반이 적발됐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로 근로자추정제 입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캐디가 “나는 근로자다”라고 증명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골프장이 “캐디는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옵니다. 증명책임의 방향이 뒤집히는 것입니다.
1. 골프장이 특히 위험한 이유
골프장 캐디는 우리나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논쟁의 ‘원조’입니다. 법원은 그동안 캐디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대체로 부정해 왔지만,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은 인정해 왔습니다. 즉, 캐디는 처음부터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직군이었습니다. 문제는 실제 운영 관행입니다. 다음 항목 중 몇 개나 해당되는지 점검해 보십시오.
1) 순번제(배치제)로 출근 순서와 근무 여부를 골프장이 사실상 결정한다 2) 캐디마스터(조장)가 업무를 지휘하고 배치에서 제외하는 방식의 사실상 징계가 존재한다 3) 복장, 용모, 서비스 멘트까지 골프장 매뉴얼로 규제한다 4) 교육·조회 참석이 사실상 의무다 5) 캐디피 금액을 골프장이 일방적으로 정한다 6) 다른 골프장 겸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항목들은 모두 법원이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 보는 사용종속성 지표입니다. 해당 항목이 많을수록, 추정제 하에서 “근로자 아님”을 증명하기 어려워집니다.
2.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나?
캐디 수십 명이 일시에 근로자로 인정되는 시나리오를 가정해 보십시오. 최대 5년치가 소급됩니다.퇴직금, 연차수당, 주휴수당, 연장·야간수당이 한꺼번에 발생하고, 4대보험 미가입분에 대한 보험료와 가산금이 부과됩니다. 캐디 규모가 큰 골프장이라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 단위의 우발채무가 재무제표 바깥에 잠재해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임금체불에 따른 형사 리스크까지 더해집니다.
3. 지금 해야 할 준비 4단계
1단계 — 진단. 현재 캐디 운영 실태를 근로자성 판단 지표에 따라 객관적으로 진단합니다. 계약서가 아니라 ‘실제 일하는 방식’이 기준입니다. 감독관이 보는 방식 그대로 봐야 합니다. 2단계 — 선택. 진단 결과에 따라 방향을 정합니다. 길은 두 갈래입니다. (a) 근로자로 전환해 정면으로 비용을 흡수하거나, (b) 진짜 프리랜서 구조로 재설계하는 것입니다. 어중간한 현상 유지가 가장 위험합니다. 3단계 — 재설계. (b)를 택한다면 배치의 자율성 보장, 지휘·감독 요소 제거, 페널티 제도 폐지, 겸업 허용 등 운영 관행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계약서 문구만 고치는 것은 감독 앞에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4단계 — 증빙. 재설계한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록 체계를 만듭니다. 추정제 하에서는 이 기록이 골프장의 유일한 방어 수단입니다.
4. 맺으며
근로자추정제는 “걸리면 대응한다”가 통하지 않는 제도입니다. 추정을 뒤집을 준비가 되어 있는 골프장과 그렇지 않은 골프장의 운명이 갈릴 것입니다. 감독이 시작되기 전, 지금이 진단의 골든타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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