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 백신]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 왜 기업은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가

필자 정광일 제8회 공인노무사 시험 합격(1999) (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 (현) 플러스 티 에이아이 / 산업안전 백신 대표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의 문제, 노란봉투법은 ‘노사관계’의 문제로 보입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두 법을 서로 다른 부서가 따로 챙깁니다. 그러나 이 둘은 사실 같은 곳을 겨누고 있고, 따로 대응하면 한쪽의 노력이 다른 쪽의 위험을 키우는 모순에 빠집니다. 왜 동시에 봐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1. 두 법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나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 27일 시행되었고, 2024년 1월 27일부터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 적용되고 있습니다. 핵심은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대표이사 등) 개인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 그리고 안전보건 확보의무가 도급·용역·위탁 관계의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까지 미친다는 점입니다.

노란봉투법은 2025년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9월 공포되었고, 시행령 및 해석지침과 함께 2026년 3월 10일부터 이미 시행 중입니다. 즉 두 법 모두 ‘준비할 미래’가 아니라 ‘이미 작동 중인 현실’입니다.

2. 겉으론 따로지만, 같은 곳을 겨눈다

두 법의 연결고리는 ‘실질적 지배’라는 단어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의 영역에서, 원청(도급인)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작업에 대해 책임을 지웁니다. 노란봉투법은 노사관계의 영역에서,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사용자로 확대했습니다.

표현이 거의 같습니다. 두 법 모두 형식적인 계약관계가 아니라 ‘누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가’를 봅니다. 그래서 원·하청 구조나 외주·도급을 운영하는 기업은, 하나의 동일한 하도급 구조를 두고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도급인’으로, 노란봉투법에서는 ‘사용자’로 동시에 호명됩니다. 두 법은 같은 시대적 흐름 — ‘실질적 지배자가 책임진다’ — 의 두 얼굴인 셈입니다.

3. 왜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가 — 핵심은 긴장관계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나옵니다. 두 법을 따로 대응하면, 한쪽 대응이 다른 쪽 위험을 키울 수 있습니다.

첫째, 개입의 방향이 충돌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하려면 원청은 하청 작업의 안전에 깊이 개입해야 합니다. 작업 방식, 안전 기준, 인력 운영까지 관리하게 되죠. 그런데 바로 그 개입이 노란봉투법상 사용자성의 근거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은 개별 근로자에 대한 직접 지시가 아니라, 근로자 집단 전체에 적용되는 규칙이나 시스템을 통제하는 경우에도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안전관리 시스템이 바로 그런 ‘구조적 통제’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두 법을 분리해 대응하면 회사 안에서 불일치가 생기게 됩니다. 안전 부서는 사고를 막기 위해 하청 작업에 개입을 강화하려 하고, 노무 부서는 사용자성을 피하기 위해 개입을 줄이려 합니다. 한쪽의 최적화가 다른 쪽의 리스크를 증폭시키는 구조입니다. 이 균형은 두 영역을 같은 테이블에 올려놓아야만 잡을 수 있습니다.

둘째, 하나의 사고가 두 전선을 동시에 엽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의 형사 리스크(중대재해처벌법)가 즉시 작동합니다. 동시에 하청 노동자와 노조는 안전 문제를 들어 강하게 대응하게 되는데,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그 교섭·쟁의의 상대가 원청이 될 수 있습니다. 즉 하나의 안전 사고가 형사 사건과 노사 분쟁을 한꺼번에 불러옵니다.

셋째, ‘안전’이 교섭·쟁의의 의제가 되었습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대상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의 결정 등을 추가했습니다. 작업환경과 안전보건은 근로조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안전관리의 실패가 곧바로 단체교섭과 쟁의의 불씨가 될 수 있습니다. 안전 리스크가 노사 리스크로 전환되는 통로가 생긴 것입니다.

4. 통합 대응 체크리스트

핵심은 ‘안전’과 ‘노사’를 한 지도 위에서 함께 설계하는 것입니다.

  • 하도급 구조를 통합하여 설계: 어떤 작업이 외주·도급인지, 그 작업에 원청이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안전(중대재해처벌법)과 사용자성(노란봉투법) 두 관점에서 동시에 표시합니다.
  • 개입의 ‘내용’을 구분해 재설계: 안전 확보는 목표와 기준을 제시하고 결과를 점검하는 ‘기준 중심’으로 운영하고, 일상적인 작업지시나 근로조건에 대한 직접 개입은 최소화해 사용자성 노출을 줄이는 방향을 검토합니다.
  •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체계 점검: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사항, 도급 시 수급업체 안전보건 수준 평가·비용·작업기간 등을 정비합니다.
  • 노사 리스크 사전 점검: 하청 노조 동향과 교섭 요구 가능성을 파악하고, 교섭 요구가 들어올 경우 우리 회사가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기준을 미리 마련합니다.
  • 사고 대응 시나리오를 ‘형사 + 노사’ 통합으로: 중대재해 발생 시 형사 대응과 노사 대응을 분리하지 말고 하나의 시나리오로 준비합니다.
  • 부서 칸막이 제거: 안전·법무·노무가 같은 테이블에서 의사결정하도록 거버넌스를 정비합니다.

5. 맺음말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가 책임진다’는 동일한 원리에서 나온 쌍둥이 규제입니다. 안전과 노사를 따로 관리하던 방식으로는 두 법 사이의 긴장을 다룰 수 없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 회사의 하도급 구조를 두 법의 관점에서 한 번에 들여다보는 통합 진단입니다. 이 점검을 미루면, 사고 한 건이 형사와 노사 두 영역에서 동시에 회사를 흔들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중대재해·노사 리스크 수준이 궁금하다면, 산업안전 백신(safety.plustai.com)에서 자가진단으로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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